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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블랙스완 black swan (2010)


1. 우리는 작년 오스카를 휩쓸었던 <허트로커>를 기억한다. '폭탄 제거'라는 소재에서부터 밀도높은 긴장감으로 채워진 영화. 그로부터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우리는 또 다른 긴장에 몸서리친다. <블랙스완>이 바로 그것이다.

2. 영화가 가진 그로테스크함은 주인공인 니나의 주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 개인, 니나로 축소된다. 영화의 비현실적인 광기가 정당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를 시작하였던 디테일한 주변 설정에 있다. 노래와 춤과 샷의 사용과 기가막힌 편집점은 둘째 치더라도, 이 영화의 긴장은 완벽한 것 하나 없는 니나와 그 주변의 것들─니나에게 집착하는 엄마, 몰락한 선배 프리마돈나─로 시작한다. 결핍에서 시작된 영화는 그 결핍이 채워지지 않는 한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핍이 대립하는 것은 완성─발레 단장, 릴리, 완벽한 흑조─이며, 완성을 향한 갈망과 결핌에서 오는 불편을 '서스펜스'로 차용하였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3. 영화의 도입부는 근래에 봤던 어떤 영화보다 간결하며, 강렬하다. 어둠 속에서 백조의 춤사위는 왕자와 악마를 거쳐 외롭게도 계속된다. 이는 2시간 가까운 영화가 보여주는 백조의 완벽한 마지막과 같다.

4. 흑조가 된 이후의 니나는, 나탈리 포트만이 올해 오스카의 여신일 수 밖에 없는 명백한 이유다. 

5.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은 그 변형이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물론 리메이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블랙스완>에서 또한 원작 <백조의 호수>의 차용에는 위험이 있었으리라 사료된다. 하지만 연출자는 영리하게도 그 경계를 적절히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 영리함은 분명 '영화'적인 것이다. 그 지점은 차이코프스키의 곡들을 사용함에 있어서 더욱 돋보인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연출이 돋보이는 것은 더 이상 새롭고,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것들은 연출자의 전작인 <레퀴엠>에서도 충분하였으며, 그와 비슷한 영상적 소스는 이미 컨벤션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원작 소스'가 새롭게 만들어진 이야기에 얼마나 적재적소 뿌리내렸느냐─인 것이다.

ps.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강렬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리뷰는 아마도(가 아니라 확실히) 수정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