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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트루 그릿: 더 브레이브 True grit (2010)


1. 처음 서부영화를 접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여기서 '접하다'는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여, 아-주 재밌게 본' 이라는 함의가 내포되어있는데, 내게 그 영화는 너무도 유명한 <The good, The bad, The ugly>였다. 내게 이 영화는 내 서부 영화의 '틀'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절대적이었다. 그 영화를 함께 보았던 모 선배가 내게 '니가 이래서 마초야'라고 말 할 만큼 그 투박하고, 정직한 이야기에 나는 열광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늘, 내 안에 마초이즘은 또다시 들끓게 만드는 2010년 가장 정직한 서부 영화를 마주했다.

2. 장르 영화라 함은 모름지기 그 장르만의 컨벤션을 정직하게, 우직하게 담아내는 것이 가장 옳은 형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트루 그릿>은 정직하다. 수 많은 장르의 융합만이 막다른 스토리텔링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요즘, 이런 영화는 반갑지 아니할 수 없다. 

3. 독사에 물린 매티를 안고 달리던 루터스와 그들의 그 뒤로 펼쳐진 은하수가 마침내 하얀 눈발이 되어 떨어지던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 <트루 그릿>에서의 연출력은 다른 게 아니라, 이러한 디테일에 있다. 전체적으로 큰 연출들은 역시나 기존의 서부영화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 암전에서 시작 되어 매티 아버지의 시체가 남겨졌던 광경이 루터스가 쏘아올린 총성에 문을 열고 나선 불 빛과 대치되는 것 처럼, 영화를 구성하는 것들은 물처럼 자연스레 이어진다. 유난히 장면 전환에 디졸브가 많이 쓰인 지점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3. 적어도 이 영화는 내게, 서부영화에 앞서 매티의 성장담이다. 그녀가 강을 건너는 순간, 세계는 열렸다.

4. 확실히 코엔은 클래식한 피아노 곡을 가장 완벽하게 사용할 줄 아는 연출자라 생각한다. 전 작이었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 나왔던 베토벤의 비창 역시 마찬가지지만, <트루 그릿> 전반에 흐르는 피아노 곡은 가히 예술이다. (sound track #.1 The Wicked Flee 말이다!)

5. 그나저나 우리나라 배급사는 무슨 생각으로 '더 브레이브'라는 대책 없는 제목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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